진료 과목
다한증으로 오시는 분들 말씀이 거의 똑같으세요. "저는 원래 땀이 많은 체질이에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체질이라는 말로 덮어두기에는 억울한 병입니다. 우리 몸에는 땀을 내게 만드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보통은 더울 때만 켜지는데, 다한증이 있는 분들은 이 스위치가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켜집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켜지느냐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한증을 하나의 병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부위별로 나눠서 봅니다.
다섯 갈래로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머리에서 땀이 쏟아지는 분들은 대개 더위를 지나치게 탑니다. 남들은 괜찮다는데 나만 덥습니다. 밥만 먹어도, 조금만 걸어도 머리카락이 젖어서 밖에 나가기가 싫어집니다.
이분들은 교감신경이 만성적으로 항진되어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몸이 쉬는 시간에도 안에서는 경보가 울리고 있는 셈이라, 더위 스위치가 남들보다 낮은 온도에서 켜져 버립니다.
손발은 긴장의 부위입니다. 악수를 앞두고, 서류를 건네기 전에, 시험지를 받는 순간에 손이 먼저 젖습니다. 잠든 동안에는 멀쩡한 것도 특징입니다.
긴장하지 말자고 마음먹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땀이 날까 봐 걱정하는 순간 이미 긴장 스위치가 켜지거든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겨드랑이도 긴장과 연결된 부위입니다. 회의나 발표처럼 신경 쓰이는 자리에서 옷이 먼저 젖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옷 색부터 고릅니다. 회색 옷은 아예 못 입는다고 하시죠.
몸 전체에서 땀이 나는 분들은 더위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여름이 두렵고, 겨울에도 실내에 들어가면 혼자 땀을 닦습니다.
다만 전신 다한증은 한 가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잠든 동안에도 땀이 나거나, 체중이 빠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갑상선이나 호르몬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혈액검사부터 받으시라고 안내해 드립니다.
말 못 하고 혼자 앓는 분들이 가장 많은 부위입니다. 속옷이 젖고, 쓸리고, 냄새 걱정에 여름이 괴롭습니다.
사타구니 땀으로 오신 분들께 여쭤보면 소변이 시원치 않다거나 변이 무르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사타구니의 땀샘은 방광 · 장을 움직이는 신경과 같은 길목을 지나거든요. 그래서 이 부위는 땀만 보지 않고 대소변 상태를 함께 확인합니다.
다한증 자체는 병력만으로 대부분 판단이 됩니다. 다만 아래는 반드시 확인합니다.
밤에도 땀이 나거나 전신에 땀이 난다면 먼저 혈액검사로 갑상선 · 호르몬 · 감염 문제를 확인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필요한 경우 안내해 드립니다.
땀은 결과입니다. 저는 땀샘이 아니라, 땀 스위치를 자꾸 켜는 교감신경의 만성 항진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치료합니다.
목표는 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땀은 체온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거든요. 땀 때문에 피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정도, 거기까지가 목표입니다. 예상 기간과 비용은 첫 진료 때 말씀드리고 시작합니다.
교감신경차단술이 나빠서 말리는 것이 아닙니다. 잘 맞는 분들에게는 분명한 선택지입니다. 다만 수술 후 다른 부위에서 땀이 늘어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길 수 있고,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결정 전에 다른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볼 여지가 있는지, 그것만 함께 검토해 보시죠.